독일 영화. 할리우드가 아닌 상업 영화는 어느 나라나 한국 상업 영화 느낌이 난다. 우스꽝스러운 조폭이나 발로 뛰며 주먹구구식 수사를 하는 경찰들을 보면 살인의 추억에서 미국 경찰을 언급한 송강호 대사가 떠오른다.
수없는 총질에도 아무도 죽지 않고 강도와 인질극이 희극처럼 보여줌으로써, 혹은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이들이 좌절보다는 삶을 즐기기로 마음먹었을 때 그들이 바라보는 우스꽝스러운 세상사를 보여줌으로써 영화는 죽음 앞의 아웅다웅하는 삶이 얼마나 아웅다웅에 머무르는지 느끼도록 한다. 세상의 수많은 애증을 뒤로 하면, 천국에서의 유일한 화제는 바다, 그 거대한 순환의 아름다움 뿐이기 때문이다.
십자가가 떨어지며 데킬라가 나올 때, 감독이 믿는 신은 주인공들에게 병원에서 기도하며 지나간 삶을 후회하고 좌절하느니, 술을 먹고 그 동안 잊고 있던 바다의 아름다움이나 찬양하라는 계시를 주었다. 그리고 그들은 죽음 앞에 무력해진 폭력과 돈, 소유를 희롱하며 며칠을 희극처럼 살다가 결국 우여곡절 끝에 바다에 다다라, 고승처럼 가부좌를 튼 채 죽는다. 죽음을 대하는 이러한 방식은 십자가 걸린 중환자실에서의 방식과 어떻게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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