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설/개념2016. 11. 27. 12:00

지식은 데이터, 자료이고, 지혜는 그것을 처리할 수 있는 CPU, 프로그램, 틀, 능력, 그릇이다. 무엇이 더 먼저이고 기본인지는 자명하다. 단순히 책을 많이 읽는다거나 경험을 한다고 진리에 가깝게 되거나 사람이 사람답게 되는 것은 아니다. IQ가 높다고 타인에게 더 이로운 사람이 되진 않는다는 것이다. 지혜가 받쳐주지 않는 지식은 엉뚱한 길로 멀리 인도할 수도 있다.


지식을 빠르게 기르는 방법이 독서와 지식을 전수할 스승이라면, 지혜를 빠르게 기르는 방법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 특히 자기 내면의 양심에 집중하여 숙고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첫째, 만물의 현상은 일단 나의 감각 감정 생각이라는 필터를 통해서만 투영되어 인식되므로, 그 필터에 대해 알지 못한 채로 진리를 추구한다는 것은 허상을 추구한다는 말 밖에 되지 않으며, 둘째, 각자의 관觀, 필터에서 가장 공통적인 영역, 가장 순수한 영역은 "남을 나처럼 여기는 마음", 즉 양심 뿐이므로 자신의 감각 감정 생각을 습관적으로 양심에 맞추어 갈 수록 필터는 더욱 맑아져 모두가 같은 것을 보고 진정한 의미의 소통을 이룰 수 있게 될 것이고, 셋째, 만물 현상이 기대고 있는 하나의 근본 원리, 진리가 있다면, 그것은 내면의 가장 순수한 마음에서 온갖 감각 감정 생각이 펼쳐지는 것과 같으므로, 거꾸로 내면의 가장 순수한 마음 자리를 탐구하면 만물 현상의 가장 근본적인 원리에 대해 개념에 기대지 않은 이해로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순수한 자리, "존재한다"는 느낌에 충실하고, 양심에 따르려 노력하며, 경험과 지식을 양심에 따라 자명한지 판단하다보면, 길을 잃지 않고 지혜의 그릇을 키워 더 큰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조건과 환경을 탓하기 전에 그릇을 키워 놓으면, 언젠가는 그 그릇에 찰 만큼의 지식을 자연스레 소화할 수 있게 되고, 그것을 조합하여 새롭고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큰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릇이 작은데 욕심만 많아 이것저것 잡지식과 일거리만 쌓아가다보면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본인도 괴롭고 결과도 나쁜 방향이 될 수 있다.

Posted by SPTO